쉬운 감상

from 백수의일상부유 2010/04/26 17:43
"오늘 비가와서 얼마나 더 힘들까 몰라." 엄마는 교회에서 알게 된 지인이 천안함 사망자 유족이라 평택 제2함대 사령부에 문상 다녀오셨다. "그 어린 자식들은 다 어떡하고." 엄마는 눈이 붉어진다. "죽은 애들도 너무 어리잖아. 스물 한두살짜리 애들인데." 나는 국수를 먹으며 우물우물 대답한다. "가족들이 다 지쳐 있더라구. 벌써 한달이 다되니..." 실종자 수색을 중단하자고 처음 제안했던 분이 엄마의 지인의 가족이라고 했다. "근데 그 아저씨도 그렇게 계속 울더라." "응. 억울하겠지." "아직 인정을 못하는 사람이 많나봐. 배 인양해서 배수작업 하는데 배에서 왜 물이 나오냐며 울고 혼절하고 하더래." "어떻게 인정 하겠어." "병사들도 그렇지만 처자식 있는 사람들은 어쩌려나 몰라." "그러게." "그래도 지금도 군대에서 이유도 모르고 죽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나마 보상도 받고 하니까 낫다고 해야할란가." "보상이 되진 않겠지만." "그렇지."
아마도 이 건은 미결사건이 되겠지, 물론 어떤 방법으로든 수사는 종결되겠지만 이미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 정부와 군 당국이 내놓는 결론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은 없겠지, 그리고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겠지, 라고 생각하며 각종 추측성 기사들을 읽으며 이건 좀 그럴듯 하군, 저건 뭐야, 따위의 생각도 하지만 그건 그냥 범람하는 정보들 사이를 잠시 헤집고 다니는 것 뿐이다.
중사로 진급하고 이제 군생활이 1500일도 넘었다며 웃던 친한 후배를 생각하며 그 젊은 친구들이 얼마나 아까운지 생각한다. 전역한지 채 석달이 되지 않은 동생을 생각하며 아직 얼마나 세상이 재미있을때인 그 어린 아이들이 머리 깎고 군복 입고,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한다. 이제 가정을 꾸려 아이를 갖고 자주 만나지 못하는 부인에게 미안해 하는 젊은 가장을 생각한다. 한 평생을 군대에서 노동자로 살아 온 중년 남자를 생각한다.
그렇지만 연민과 공감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런 일을 어떻게 논평해야 할 지는 모르겠다. 나름대로의 세계관과 정치적 입장을 지닌 사람으로서 어떤 부분에 주목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감상을 자극하는 뉴스의 소용돌이들과 아이들에게서도 반강제로 성금을 모금하는 그 따뜻한 마음씨들을 어떻게 이야기 해야할 지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쉬운 감상을 적을 뿐이다.
2010/04/26 17:43 2010/04/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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