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일부러, 조금 더 자주, 글을 써보려고 했다. 쓰고싶었던 내용도 있었고, 생각했던 내용도 있었고, 쓰다 만 내용도 있었지만, 한달동안 결국 하나도 쓰진 못했다. 오늘은 정말 좀 뭐라도 쓰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써본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이 있다. 가족이 아픈데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내 경제력의 바닥이 드러나는거다. 부부간의 다툼에 참지 못하고 손찌검을 한다면 그 폭력성과 인성의 바닥을 드러내는거고, 운전하다가 난폭한 운전에 욕설을 퍼붓는다면 그 순간 내 참을성과 언어생활의 바닥이 드러나는거다.
최근에 나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친절한 사람인가 하면 불친절한 쪽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사근사근하고 배려해주고 그런 면이 부족하다 나는. 그렇지만 내가 도울수 있는건 돕고, 피해 주지 않고, 되도록이면 참으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점점 그런 노력들이 닳아 없어지는 것 같다.
작년엔 길에서 소위 '도를 아십니까'에게 화를 냈다. 혼자 다니는 일이 많고, 만만해 보이고, 누가 접근하면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학교 다닐때도 심심찮게 만났고, 길에 다니면서도. 만만한 성격이라도 다행히, 귀가 얇지 않고, 다시 말해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또 뭔가를 행동에 옮기기까지 많은 생각이 필요한 소심한 성격이라, 그런 사람들을 따라가서 돈을 바치거나, 조상의 음덕이 부족한것 따위에 마음이 쓰이거나 한 적은 없지만, 나와 비슷한 성격에-거절 못하고, 만만하고- 좀 더 귀가 얇은 나의 동생은, 돈도 잃어보고, 솔깃하여 따라갈 뻔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_-;;
도를 아십니까, 뭔가 기운이 느껴지네요, 예수를 믿으세요(이건 또 다양하다, 단순한 교회 전도, 여호와의 증인, 또 알수 없는 성경 공부를 권하는 사람들...), 영문을 알고가세요, 통계조사좀 해 주세요(이런 이유로 통계 조사인들이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다 ㅠㅠ), 제가 이번에 논문을 쓰느라 %^$이 필요한데 좀 도와주세요, 수가 느껴집니다. 등등... 다양하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매몰차게 거절하고 가야하는데, 일단 주변에서 누가 말을 걸면 항상 반사적으로 대꾸하게 되고, 또 정말 길을 물어보거나 통계조사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말을 걸게 되면 끊고 떠나지도 못하고... 뭐 늘 그런 식이다.
작년 어느날 혼자 서울 시내를 걸어가다가 그런 사람을 만났다. 뭐 나에게서 뭔가가 나온다고 하더라-_- 최근에 힘든일이 있지 않았나요-시바 누구나 자기 인생은 다 힘든거지. 친척 어르신중에 아픈분이 있지 않나요-어른들 중에 어디 아픈데 없는 사람이 어딨냐.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피곤하지 않나요-세상에 스트레스 안받고 피곤하지 않은 사람이 어딨냐, 그것도 도심을 걸어가는 사람들 중에서. 뭐 이런 헛소리에 아, 네네, 아닌데요, 하다가 조금 짜증이 나서 저 생각 없으니까 이만 갈께요. 라고 말하는데도 계속 따라오면서, 나의 앞을 막으면서 말을 걸었다. 큰 소리를 내진 않았지만,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좋게 말하면 우스워보입니까? 가시라고 했잖아요.
뭐 내가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무시당한다는 느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생각, 억울함과 자괴감 따위의 감정을 그에게 전이한 것이다. 그렇게 나의 바닥을 드러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오늘은 노동절. 노동자도 아니고, 가봤자 낄데도 없고 해서 내키지 않았지만, 여의도에서 잠시 구경하다가, 손군과 놀려고 종로3가에 갔다. 그런데 시위 '허가(허가를 받아야 하는 순간 그건 시위가 아니다)'를 해주지 않은 경찰들 때문에 가두행진을 하지 못한 시위대들이, 도심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가두시위를 하게되었고, 그들 중 일부가 종로3가에 왔다. 종로3가 지하철역 입구를 작고 동그란 방패와 곤봉을 들고 새로 지급받은듯 깨끗한 가드를 착용한 기동대 아이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의무복무하는 청년들이 아닌, 츄리닝 입은 직업경찰 기동대 아저씨들도 한가득 등장했고. 큰 방패를 들고 어딘가의 진입을 막으려는 태세가 아니라, 강제해산, 더 심하면 연행과 그에 따르는 여러가지 위협과 폭력을 준비하고 있었다. 원랜 맥주나 마시고 오랫만에 피자도 한 번 먹고 놀려고 했는데, 분위기가 안좋아 보이니 마음이 쓰여서 잠깐 단성사 앞에서 앉아 쉬면서 좀 구경을 했다.
역시나 곳곳에서 시위대들이 출현했고, 경찰들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뭐라고 하는건지 조금 궁금하다. 그냥 순수한 호기심이다-_-) 뛰어들어가서 해산시키기 시작했다. 경험상, 시위대들이야 늘상 뛰어다니지만 경찰들이 뛰어다니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 좀 더 가까이 가서 구경하는데, 종로 3가 네거리에서, 강제 해산 시키던 경찰이 작은 방패로 누군가의 귀 옆을 내리치는게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서 인도의 난간에 기대서 보니 전동 휠체어 탄 장애인 아주머니 한 분도 경찰들이 스크럼을 짜고 가둬두고 있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난간에 기대서 사진을 찍고 있었고.
순간 이성을 잃었다. 말 그대로 이성을 잃었다. 원래 소리를 잘 지르지 않는 성격이다. 살면서 여태껏 그렇게 소리를 질러 본 적이 없었다. 때리지 말아라, 그만둬라, 그 사람 내보내라, 따위의 소리를 질렀고, 내가 사람들을 좀 선동한 격이 되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_-;; 난 인도의 난간을 뛰어 넘어서 뛰어들어가려고 했고, 손군은 격렬히 나를 말렸다. 경찰들이 나와 주변사람들을 막으러 인도 앞에 스크럼을 짰고, 나는 그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하고 있었다. 야 이 $%$#%#야, 그 사람 내놔라, (말리는 손군에게) 넌 왜 사람들을 돕지 않아!!, 야 이 $^&%^넌 그러고도 밤에 잠이 오냐, 너는 그냥 군대 간 것 뿐이지 않냐, 넌 $#%^#시키면 다 하냐, 이$#%#$%같은 새퀴들아, 등등의 온갖 욕을 해댔다. 백주대낮에, 대로변에서.
2분정도 소리지르는 동안 목이 다 쉬었다. 손군이 뜯어말리는데 화가나서 눈물이 나더라. 하얀 얼굴의, 대여섯살은 어린 눈들과 마주치고 욕을 해댔다. 그들은 모멸감과 적의에 가득찬 눈빛으로 나를 마주하고 있었다. 유난히 얼굴이 희고 키가 조금 작았던 한 청년은 나의 욕설에 화가 나서 어쩔줄을 모르고 나에게 뛰어들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내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나 역시 그들과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겠지. 눈 앞에서 채증하는 플래시가 터졌고(그 무리들 가운데서 내가 제일 위험한 사람이었다-_-), 사진이 찍혔겠지만 뭐 별 일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어찌어찌해서 장애인 아주머니도 풀려났고, 나도 물러섰지만,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고, 또 그만큼 힘들었다. 목이 쉬고, 머리가 아파왔고, 우울해졌다. 지나가는 할아버지가 니들은 집에서 할일이 없냐, 는 요지의 욕을 하자, 아 네, 할일이 없습니다. 따위의 유치한 말대꾸도 해버렸다. 그래 난 할일이 없거든. 하는 일도 없고. 그 할아버진 자리를 뜨더니, 잠시 후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계속 욕을 하고 있더라. -_-
시위하면서 맞는 이들은 줄곧 봐왔다. 나도 방패에 맞아 본 적이 있고, 피흘리고 정신을 잃은 사람들도 봤다. 오늘의 나처럼 흥분해서 뛰어드는 사람을 꺼내온 적도 있고, 이해를 못하는건 아니지만, 그럴것 까지야, 라고 생각 해 왔다. 단 한번도, 어느 자리에서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소리를 지른적도, 욕을 한 적도 없었다. 난 항상 의무경찰들을 불쌍하게 생각해왔다. 부당노동행위라고 생각했고, 의무경찰을 폐지하는 운동을 한다면 나는 당장 참여할거다. 군대는, 특히 징병제의 우리나라에서 군대는 재사회화에 기여한다. 의무경찰을 운영하는 것은, 그중에서 소위 '전경'들을 두는것은 정치권력이 그들을 이용한다는 혐의를 절대로 벗을 수 없다. 시위 진압 용도 뿐만이 아니라, 시위대와의 대치를 통한 재사회화의 용도로도. 나는 한번도 그들과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고, 난 정말로 그애들과 싸우고 싶지 않다. 그 애들의 부당한 병역의무에 대해서 싸우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마주하고 욕을하고 고함을 치고 삿대질을 했다. 나의 말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애들이 그런 욕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피 흘리는 사람을 보고도, 내가 맞고 옆사람의 안경이 깨어져도 그 방패의 주인에게 욕을하거나 흥분하지 않았던 나는, 그때의 나는 뭔가를 하고 있었다. 뭔가,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진 모르겠지만, 잘 한건지 못한건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할수있는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것을 했고, 그것을 막아야 했던 이들을 동정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변인이고 구경꾼이었던 오늘의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에게 욕을 퍼부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들의 행동에 화가 난 만큼, 그런 나에게 화가 난게 아니었을까. 내 언어와 이성의 바닥 이전에, 내 위치와 존재의 한계를 드러낸게 아니었을까.
힘이 빠져서, 머리도 아프고, 또 내 단점이지만, 전환이 느린 사람인지라, 놀 기분도 사라지고, 걸어다니다가 밥한그릇 겨우 먹고 집에 갔다. 버스타고 가면서 보니 경찰들이 또 명동성당을 원천봉쇄하고 있는것 같던데. 뭐 더 일은 없었겠지. 없었으면 한다.
그 키작은 아이의 얼굴은 계속 생각난다. 이해는 하지만 너 그러면 안된다고 머리를 한대 쥐어박고 싶기도 하고, 네게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기도 하다.
아아, 나, 참, 못났다.
이런 내가 싫다.
*시위대들에게 시위 할 장소를 주면, 그들은 보통 거기서 조금 시끄럽게 시위를 한 뒤, 집에 간다. 시위를 막으면, 그들은 오늘처럼 도심 곳곳을 뛰어다니며 산발적인 시위를 벌이고 교통체증을 일으킨다. 어느게 더 효율적인 시위진압 방식일까? 나야 뭐, 오늘의 시위 방법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고 생각하고,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시위와, 집회의 자유와, 진압방식과, 진압경찰들의 행동 따위를 말하기는 귀찮다. 다만, 그들의 교통정리 방식은 완전히 잘못되었다. 그들은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차량을 우회시키거나 미리 진입을 차단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위대가 막고 있는 길에 차량을 밀어 넣는다. 길에서 경광봉 휘두르는 교통경찰이야 뭐 지시대로 하는걸테고, 그걸 시키는 놈들이 바보는 아닐테니, 이건 절대로 의도적이다. 그들은 교통정리를 하지 않는다. 교통체증 해소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도로 이용자들을 의도적으로 시위대로 인한 교통체증에 노출시켜 갈등을 조장한다.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도로 이용자들을 집어 넣는것이다. 도로 이용자들은 짜증을 내고, 경적을 울리고, 성질이 나쁜 사람들은 자동차 엑셀을 밟으며 시위대를 위협한다. 뉴스에서는 시위의 내용은 생략한채, 교통체증을 유발했다는 보도를 하고, 사람들은 시위의 소식에, 짜증을 내며 차가 막힌다고 투덜거린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확실히 의도적이다.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누군가의 주장할 권리가, 차가 덜 막히는 도로를 이용할 자유에 우선 할 수 없다.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상식을 가진 사회라면 어디에서나 그렇게 생각되고있다.
****나 정말로 의무경찰을 없애는 무언가를 하고싶다. 대체복무와 공익, 상근등도. 군복무 방식의 개선으로 고용을 증가하고 경제에 보탬이 되게 하는 실질적인 제안을 예전부터,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각종 수학적 수치들을 포함한 실질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기회가 되면 적어 보고싶다. 하긴, 이명박의 방식으로 하면, 그들은 징병제를 없애는 대신, '청년군인인턴'을 채용하여 월 100만원을 줄지도 모르겠다만.
사람에게는 누구나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이 있다. 가족이 아픈데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내 경제력의 바닥이 드러나는거다. 부부간의 다툼에 참지 못하고 손찌검을 한다면 그 폭력성과 인성의 바닥을 드러내는거고, 운전하다가 난폭한 운전에 욕설을 퍼붓는다면 그 순간 내 참을성과 언어생활의 바닥이 드러나는거다.
최근에 나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친절한 사람인가 하면 불친절한 쪽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사근사근하고 배려해주고 그런 면이 부족하다 나는. 그렇지만 내가 도울수 있는건 돕고, 피해 주지 않고, 되도록이면 참으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점점 그런 노력들이 닳아 없어지는 것 같다.
작년엔 길에서 소위 '도를 아십니까'에게 화를 냈다. 혼자 다니는 일이 많고, 만만해 보이고, 누가 접근하면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학교 다닐때도 심심찮게 만났고, 길에 다니면서도. 만만한 성격이라도 다행히, 귀가 얇지 않고, 다시 말해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또 뭔가를 행동에 옮기기까지 많은 생각이 필요한 소심한 성격이라, 그런 사람들을 따라가서 돈을 바치거나, 조상의 음덕이 부족한것 따위에 마음이 쓰이거나 한 적은 없지만, 나와 비슷한 성격에-거절 못하고, 만만하고- 좀 더 귀가 얇은 나의 동생은, 돈도 잃어보고, 솔깃하여 따라갈 뻔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_-;;
도를 아십니까, 뭔가 기운이 느껴지네요, 예수를 믿으세요(이건 또 다양하다, 단순한 교회 전도, 여호와의 증인, 또 알수 없는 성경 공부를 권하는 사람들...), 영문을 알고가세요, 통계조사좀 해 주세요(이런 이유로 통계 조사인들이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다 ㅠㅠ), 제가 이번에 논문을 쓰느라 %^$이 필요한데 좀 도와주세요, 수가 느껴집니다. 등등... 다양하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매몰차게 거절하고 가야하는데, 일단 주변에서 누가 말을 걸면 항상 반사적으로 대꾸하게 되고, 또 정말 길을 물어보거나 통계조사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말을 걸게 되면 끊고 떠나지도 못하고... 뭐 늘 그런 식이다.
작년 어느날 혼자 서울 시내를 걸어가다가 그런 사람을 만났다. 뭐 나에게서 뭔가가 나온다고 하더라-_- 최근에 힘든일이 있지 않았나요-시바 누구나 자기 인생은 다 힘든거지. 친척 어르신중에 아픈분이 있지 않나요-어른들 중에 어디 아픈데 없는 사람이 어딨냐.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피곤하지 않나요-세상에 스트레스 안받고 피곤하지 않은 사람이 어딨냐, 그것도 도심을 걸어가는 사람들 중에서. 뭐 이런 헛소리에 아, 네네, 아닌데요, 하다가 조금 짜증이 나서 저 생각 없으니까 이만 갈께요. 라고 말하는데도 계속 따라오면서, 나의 앞을 막으면서 말을 걸었다. 큰 소리를 내진 않았지만,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좋게 말하면 우스워보입니까? 가시라고 했잖아요.
뭐 내가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무시당한다는 느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생각, 억울함과 자괴감 따위의 감정을 그에게 전이한 것이다. 그렇게 나의 바닥을 드러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오늘은 노동절. 노동자도 아니고, 가봤자 낄데도 없고 해서 내키지 않았지만, 여의도에서 잠시 구경하다가, 손군과 놀려고 종로3가에 갔다. 그런데 시위 '허가(허가를 받아야 하는 순간 그건 시위가 아니다)'를 해주지 않은 경찰들 때문에 가두행진을 하지 못한 시위대들이, 도심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가두시위를 하게되었고, 그들 중 일부가 종로3가에 왔다. 종로3가 지하철역 입구를 작고 동그란 방패와 곤봉을 들고 새로 지급받은듯 깨끗한 가드를 착용한 기동대 아이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의무복무하는 청년들이 아닌, 츄리닝 입은 직업경찰 기동대 아저씨들도 한가득 등장했고. 큰 방패를 들고 어딘가의 진입을 막으려는 태세가 아니라, 강제해산, 더 심하면 연행과 그에 따르는 여러가지 위협과 폭력을 준비하고 있었다. 원랜 맥주나 마시고 오랫만에 피자도 한 번 먹고 놀려고 했는데, 분위기가 안좋아 보이니 마음이 쓰여서 잠깐 단성사 앞에서 앉아 쉬면서 좀 구경을 했다.
역시나 곳곳에서 시위대들이 출현했고, 경찰들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뭐라고 하는건지 조금 궁금하다. 그냥 순수한 호기심이다-_-) 뛰어들어가서 해산시키기 시작했다. 경험상, 시위대들이야 늘상 뛰어다니지만 경찰들이 뛰어다니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 좀 더 가까이 가서 구경하는데, 종로 3가 네거리에서, 강제 해산 시키던 경찰이 작은 방패로 누군가의 귀 옆을 내리치는게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서 인도의 난간에 기대서 보니 전동 휠체어 탄 장애인 아주머니 한 분도 경찰들이 스크럼을 짜고 가둬두고 있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난간에 기대서 사진을 찍고 있었고.
순간 이성을 잃었다. 말 그대로 이성을 잃었다. 원래 소리를 잘 지르지 않는 성격이다. 살면서 여태껏 그렇게 소리를 질러 본 적이 없었다. 때리지 말아라, 그만둬라, 그 사람 내보내라, 따위의 소리를 질렀고, 내가 사람들을 좀 선동한 격이 되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_-;; 난 인도의 난간을 뛰어 넘어서 뛰어들어가려고 했고, 손군은 격렬히 나를 말렸다. 경찰들이 나와 주변사람들을 막으러 인도 앞에 스크럼을 짰고, 나는 그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하고 있었다. 야 이 $%$#%#야, 그 사람 내놔라, (말리는 손군에게) 넌 왜 사람들을 돕지 않아!!, 야 이 $^&%^넌 그러고도 밤에 잠이 오냐, 너는 그냥 군대 간 것 뿐이지 않냐, 넌 $#%^#시키면 다 하냐, 이$#%#$%같은 새퀴들아, 등등의 온갖 욕을 해댔다. 백주대낮에, 대로변에서.
2분정도 소리지르는 동안 목이 다 쉬었다. 손군이 뜯어말리는데 화가나서 눈물이 나더라. 하얀 얼굴의, 대여섯살은 어린 눈들과 마주치고 욕을 해댔다. 그들은 모멸감과 적의에 가득찬 눈빛으로 나를 마주하고 있었다. 유난히 얼굴이 희고 키가 조금 작았던 한 청년은 나의 욕설에 화가 나서 어쩔줄을 모르고 나에게 뛰어들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내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나 역시 그들과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겠지. 눈 앞에서 채증하는 플래시가 터졌고(그 무리들 가운데서 내가 제일 위험한 사람이었다-_-), 사진이 찍혔겠지만 뭐 별 일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어찌어찌해서 장애인 아주머니도 풀려났고, 나도 물러섰지만,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고, 또 그만큼 힘들었다. 목이 쉬고, 머리가 아파왔고, 우울해졌다. 지나가는 할아버지가 니들은 집에서 할일이 없냐, 는 요지의 욕을 하자, 아 네, 할일이 없습니다. 따위의 유치한 말대꾸도 해버렸다. 그래 난 할일이 없거든. 하는 일도 없고. 그 할아버진 자리를 뜨더니, 잠시 후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계속 욕을 하고 있더라. -_-
시위하면서 맞는 이들은 줄곧 봐왔다. 나도 방패에 맞아 본 적이 있고, 피흘리고 정신을 잃은 사람들도 봤다. 오늘의 나처럼 흥분해서 뛰어드는 사람을 꺼내온 적도 있고, 이해를 못하는건 아니지만, 그럴것 까지야, 라고 생각 해 왔다. 단 한번도, 어느 자리에서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소리를 지른적도, 욕을 한 적도 없었다. 난 항상 의무경찰들을 불쌍하게 생각해왔다. 부당노동행위라고 생각했고, 의무경찰을 폐지하는 운동을 한다면 나는 당장 참여할거다. 군대는, 특히 징병제의 우리나라에서 군대는 재사회화에 기여한다. 의무경찰을 운영하는 것은, 그중에서 소위 '전경'들을 두는것은 정치권력이 그들을 이용한다는 혐의를 절대로 벗을 수 없다. 시위 진압 용도 뿐만이 아니라, 시위대와의 대치를 통한 재사회화의 용도로도. 나는 한번도 그들과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고, 난 정말로 그애들과 싸우고 싶지 않다. 그 애들의 부당한 병역의무에 대해서 싸우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마주하고 욕을하고 고함을 치고 삿대질을 했다. 나의 말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애들이 그런 욕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피 흘리는 사람을 보고도, 내가 맞고 옆사람의 안경이 깨어져도 그 방패의 주인에게 욕을하거나 흥분하지 않았던 나는, 그때의 나는 뭔가를 하고 있었다. 뭔가,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진 모르겠지만, 잘 한건지 못한건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할수있는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것을 했고, 그것을 막아야 했던 이들을 동정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변인이고 구경꾼이었던 오늘의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에게 욕을 퍼부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들의 행동에 화가 난 만큼, 그런 나에게 화가 난게 아니었을까. 내 언어와 이성의 바닥 이전에, 내 위치와 존재의 한계를 드러낸게 아니었을까.
힘이 빠져서, 머리도 아프고, 또 내 단점이지만, 전환이 느린 사람인지라, 놀 기분도 사라지고, 걸어다니다가 밥한그릇 겨우 먹고 집에 갔다. 버스타고 가면서 보니 경찰들이 또 명동성당을 원천봉쇄하고 있는것 같던데. 뭐 더 일은 없었겠지. 없었으면 한다.
그 키작은 아이의 얼굴은 계속 생각난다. 이해는 하지만 너 그러면 안된다고 머리를 한대 쥐어박고 싶기도 하고, 네게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기도 하다.
아아, 나, 참, 못났다.
이런 내가 싫다.
*시위대들에게 시위 할 장소를 주면, 그들은 보통 거기서 조금 시끄럽게 시위를 한 뒤, 집에 간다. 시위를 막으면, 그들은 오늘처럼 도심 곳곳을 뛰어다니며 산발적인 시위를 벌이고 교통체증을 일으킨다. 어느게 더 효율적인 시위진압 방식일까? 나야 뭐, 오늘의 시위 방법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고 생각하고,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시위와, 집회의 자유와, 진압방식과, 진압경찰들의 행동 따위를 말하기는 귀찮다. 다만, 그들의 교통정리 방식은 완전히 잘못되었다. 그들은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차량을 우회시키거나 미리 진입을 차단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위대가 막고 있는 길에 차량을 밀어 넣는다. 길에서 경광봉 휘두르는 교통경찰이야 뭐 지시대로 하는걸테고, 그걸 시키는 놈들이 바보는 아닐테니, 이건 절대로 의도적이다. 그들은 교통정리를 하지 않는다. 교통체증 해소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도로 이용자들을 의도적으로 시위대로 인한 교통체증에 노출시켜 갈등을 조장한다.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도로 이용자들을 집어 넣는것이다. 도로 이용자들은 짜증을 내고, 경적을 울리고, 성질이 나쁜 사람들은 자동차 엑셀을 밟으며 시위대를 위협한다. 뉴스에서는 시위의 내용은 생략한채, 교통체증을 유발했다는 보도를 하고, 사람들은 시위의 소식에, 짜증을 내며 차가 막힌다고 투덜거린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확실히 의도적이다.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누군가의 주장할 권리가, 차가 덜 막히는 도로를 이용할 자유에 우선 할 수 없다.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상식을 가진 사회라면 어디에서나 그렇게 생각되고있다.
****나 정말로 의무경찰을 없애는 무언가를 하고싶다. 대체복무와 공익, 상근등도. 군복무 방식의 개선으로 고용을 증가하고 경제에 보탬이 되게 하는 실질적인 제안을 예전부터,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각종 수학적 수치들을 포함한 실질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기회가 되면 적어 보고싶다. 하긴, 이명박의 방식으로 하면, 그들은 징병제를 없애는 대신, '청년군인인턴'을 채용하여 월 100만원을 줄지도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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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시에 있는 너의 의견 정말 공감이야ㅠ
그리고 너의 그 채증된 사진은 언제악용될지모르니 조심해ㅠ
사진이야 뭐... 이미 제손을 떠난 일이니 걔들이 뭐 알아서 하겠죠 뭐-_- 욕한거야 미안한데, 미안한건 미안한거고, 도저히 준수할 수 없는 현행법 조차도 어긴바 없으니, 시비를 걸면, 싸워줘야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