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싶은 내용은 좀 있는데, 잘 써지진 않는다. 그냥 생각나는 거라도 써본다.

아미도 이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이라면, LG가 아닌 금성, 골드스타와 치약 등을 팔던 럭키와(아파트도 있었지) 럭키금성으로 이어지는 기억을 분명히 갖고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금성이라고 적힌 전자제품을 갖고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우리집엔 "금성초음파가습기"가 있다. 생산년도 1986년 12월. 동생이 태어나면서 마련한게 아닌가 한다. 이삼십대의 청년(아아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청년이던 시절이 있었다니!! 내가 어느새 나를 낳았던 어머니의 나이를 넘어섰다니!!)들이 특별히 아프지 않고선 가습기를 구입할 이유가 없을테니까 말이다. 일전에도 잠깐 썼지만, 호흡기질환때문에 가습기사용을 권장받고 있다. 귀찮아서 수건 몇 장으로 대신하기도 하지만, 정말 가습이 필요할땐 가습기를 사용한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수건을 열장 넘게 널어놓아야 가습기 사용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하고, 실제로 써보면 가습기를 쓸때가 좀 더 편하다. 그런데 매일 가습기를 쓰지 않는 이유는, 귀찮아서다. 매일매일 가습기를 청소해야하니까.

다들 비슷하겠지만, 겨울에는 천식이, 봄에는 알러지 비염과 결막염등이 더 심해지곤 한다. 물론 천식이 더 위협적인 질병이긴 하지만 겨울에는 집밖에 안나간다거나-_- 감기만 조심하면 그럭저럭 넘길 수 있지만 봄부터 심해지는 알러지는 딱히 막을 방법이 없다. 특히 나는 더워지면서 더 지내기 힘든 편인데 요즘은 지구온난화인지 뭐 아무튼 봄이 시작되자마자 더워지곤 하니, 이삼월쯤 부터 가습기를 사용하고 있다.

1986년 출생의 "금성초음파가습기". 한때는 회색과 아이보리색이었을 플라스틱 외관은 그냥 좀 어두운 누런색과 그냥 좀 밝은 누런색으로 변색되어 있고, 철제인 밑판은 군데군데 녹이 슬어있다. 아무리 봐도 청결해 보이지 않는 느낌이다. 게다가 정말 문제인건, 외관은 직사각형의 아주 단순한 모양이지만, 내부가 너무 복잡하게 설계가 되어있다는 점이다. 청소가 제대로 안된다. 하기도 힘들고, 아무리 해도 다 씻지 못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아마도 80년대에는 '가습기에 세균이 다량 서식할 수 있다'는 개념이 없어서 그냥 대충 만든것이 아닐까... 외관은 먼지가 쌓이면 닦기 힘드니까 요철이 없게, 내부는 뭐 상관 없으니까 그냥 만들기 편한대로 울퉁불퉁 하게... 그런 생각은 아니었을까... 당연하겠지만 80년대에도 '가습기를 한번씩 청소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던 것 같다. 가습기 내부에 '초음파 진동자를 청소할 때는 손이나 금속등으로 긁지말고 꼭 청소용 솔을 사용해 주십시오' 라는 문구와 함께, 작은 솔이 내장되어 있다. 그 솔을 내장하기 위해 더 많은 내부의 요철이 필요했고... 가습기와 마찬가지로 1986년에 생산된 작은 솔은, 내 손보다 훨씬 거칠다. -_- 손톱으로 긁는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아무튼 그래서, 가습기를 사고싶다. 천식이 심해진 몇년 전부터 가습기를 자주 사용하면서, 엄니께 가습기를 사자는 이야기를 자주 했고, 엄니도 동의하셨다. 요즘 가습기가 별로 비싸지도 않고, 페트병 꽂아 쓰는 단순한 것들도 있고, 세균 걱정이 없는 가열식 가습기도 탐나고. 물론 정말 좋아보이는 복합식 가습기는 비싸고, 페트병 꽂아 쓰는 가습기에, 매번 새 생수병을 꽂아 쓴다는 사람도 봤는데 그건 좀 그렇지만. -_- 아무튼 새 가습기 구입의 이유도, 자금원도, 그리고 마음에 드는 제품도 완벽하지만 구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1986년 출생의 "금성초음파가습기"가 고장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1986년 이후로 무려 12번의 크고 작은 이사 와중에도 어디 부서진 곳 하나 없이 멀쩡하다. 분무량 조절이 좀 시원찮을 때가 있긴 하지만, 가습기로써 너무나 완벽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멀쩡한걸 버릴 순 없잖아.

그래서 오늘도 나는 자기전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1986년 출생의 "금성초음파가습기"를 분리해서 벅벅 씻은다음, 물을 채워 작동시킨다. 1986년 출생의 "금성초음파가습기"는 오늘도 꾸준히, 내 방에 H2O분자를 분무하고 있다. 성실하다.


아, 제목은, 삼미슈퍼스타즈 소제목에서.
2009/05/14 23:55 2009/05/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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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앨리스 2009/05/18 23: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리집에서 골드스타 가습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내동생이 1986년 태어났을 때 산것으로 기억되는 것으로 봐서 네가 쓰는 것과 같은 기종이 아닐까?
    통이 투명한 까망? 진갈색? 뭐 그런거야.ㅋ

    • 모깃불 2009/05/19 23:38  address  modify / delete

      오호라- 같은걸지도요. 근데 이 글을 쓰고 4일 지난 오늘, 청소하다가 손잡이가 부러졌-_-;;; 물론 가습기의 성능엔 여전히 영향이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