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버릇

from 백수의일상부유 2009/10/14 01:03
흔한 나쁜 버릇, 턱 괴기 손톱 물어뜯기 다리 떨기. 나는 턱을 괴고 자세가 나쁘고 뭐 그냥 대체로 버릇이 나쁘(이 버릇이 그 버릇은 아니다)긴 하지만 손톱을 물어뜯는 등의 다소 강박적인 나쁜 버릇은 없다. 없었다. 최근 1년 사이,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버릇이 생겼다. 원형탈모로 오인할 만큼 머리카락을 쥐어뜯고서야 내게 그런 버릇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참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애도 아니고, 좀, 부끄럽다.
애도아니고, 부끄럽다고 하니 버릇...은 아니지만 어릴적이 생각난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야뇨증이 있었다. 마지막 기억이 12살때니, 국민학교 졸업하기 직전까지 그랬을거다. 엄마와 병원도 다녀봤고 그랬지만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것은 아니었다. 그게 다행인지 아닌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건 정말 내 잘못이 아니었는데, 나는 매일 아침 죄의식을 가져야만 했다. 쉽게 짐작하겠지만, 자신감, 혹은 자존감이 떨어지는 아이였고, 그런것이 증상의 한가지 요인이었을테고, 반면 그런 증상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악순환이었다. 아버지 조차도(...) 내가 스무살이 넘어서까지 놀림감으로 삼곤 했고. 우울한 어린이는 자라서 우울한 어른이 되었다. 여섯살에 유치원을 다닐때에는 출석 부를때 외에는 아무와도 단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내 기억에도 그렇다. 심지어 화장실가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으니까. 유치원의 구조는 기억나지만 소풍을 간 장소도 기억하지만 친구는 한명도 없었으니까. 약 8개월동안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천식으로 유치원을 중도하차했다. 그게 내 첫 사회생활이었다. 그런식이었다. 증상이 나아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아닌척 하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국민학교 3-4학년 쯤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그때 나는 무려 학급의 임원 같은것을 하고 있었다. 난 애써 물을 엎지른 척 상황을 꾸몄고, 들키지 않았다.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을테니까. 설마 그랬으라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 그리고 또 언젠가, 국민학교 5학년, 전후사정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수업시간에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직도 밤에 지도를 그리는 친구는 없겠지?' 뭐 그런 선생님의 이야기에 다들 웃었다. 나도 웃었다. 15년이 지난 오늘도 나는 그 날 웃고있던 내가 앉았던 자리를 기억한다. 어쩌면 그게 나의 가장 나쁜 버릇인지도 모른다. 웃는 척 하는 것. 혹은 아닌 척 웃는 것. 지우지도 못할 일을 태연한 척 담아두는 것.
2009/10/14 01:03 2009/10/14 01:03

Trackback Address >> http://mokitbul.org/tt/trackback/599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heja 2009/10/15 21:3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유치원때 친구가 하나밖에 없었는데 교통사고로 그 친구 얼굴을 잊어버렸지. 그러고 유치원 안 나가면서 자연히 영영 안녕...
    악 난 1,2학년때...나는 학교 화장실을 너무 무서워했었어. 이하생략.
    그런데 물 뿌려서 위장한 거 되게 똑똑하고 운이 좋았네. 멋지다.

    • 모깃불 2009/10/15 23:08  address  modify / delete

      흑 그걸 똑똑하다고 해야할까 ㅠㅠ 운이 좋은것....같긴 한데 ㅠㅠ
      아무튼 우린 어릴때 왜들 그랬을까..........라고 말하고 보니 지금이라고 뭐 딱히 낫진 않구나 ㅠㅠ

  2. heja 2009/10/16 01: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똥 가린게 어디야. 라고 생각하고 보니까 별로 위로가 안된다.
    하지만 그래, 변실금보단 낫지.

    그러고보니 난 시계 못 읽는 거랑 구구단 못 외우는 걸 숨기기 위해 노력했었군. 하지만 성공적일 수가 없었다능...

    • 모깃불 2009/10/16 14:47  address  modify / delete

      아악 그만 ㅠㅠ
      ㅋㅋㅋ
      구구단은 나도 2학년때 나머지공부하던 정글짐 위가 기억난다 제길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