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다. 가을쯤에 있을 프로젝트를 위한 일종의 pilot 조사인데, 원랜 일 주일 계획이었는데 생각보다 작업량이 너무 많아선지, 내가 일을 너무 못해선지, 주 단위로 3번의 표준근로계약서를 쓰고, 따로 일주일 치 재택작업도 했다. 매일 출근하는 건 아니었고, 종종 도서관에 자료 조사 하러도 가고, 집에서 일을 한 적도 있어서 적당히 게으름도 부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딴 짓도 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일 했다. 비정규직이니까. 잘 해야 또 다음 주 계약서를 쓸 수 있고, 이 프로젝트가 진행 되었을때 또 일을 얻을 수 있으니까. 항시적 실업상태의 백수가 항시적 고용 불안정 상태에 놓였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최선을 다해 쥐어짜는 일 밖엔 없었다. 비정규직에겐 내일이란 건 없으니까. 내 경우야 일이 확정되지 않은 조금 특수한 경우였다 하더라도, 비정규직이란 건 참 더러운 제도라고 느꼈다. 날 마음에 들어 할 지, 내게 원하는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사람들은 날 어떻게 생각 하는지. 원래 내가 소심하기 때문이겠지만, 사회생활이라곤 모르는 히키코모리의 퇴화된 사회성 때문이겠지만, 계속 주위를 살피고 또 걱정하는게 참 힘들었다. 그래도 그 동안, 이런 저런 강의니, 도서관이니 하며 책상앞에 붙어있는 연습을 해 둔 것이나, 하루 10여알의 알약들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근 1년만에 일을 했다. 주5일 근무, 한 달 22일 출근하면 정확하게 88만원에서 원천징수되는 세액을 제한 금액을 받게 되고, 나는 그 보다 적게 일했으니 좀 더 적은 액수. 아르바이트에 간다고 최소한 셔츠 정도는 있어야지 하고 옷이며 몇가지를 구입하고, 주급을 받고서는 그간 꾸준히 도움받고 민폐를 끼친 수많은 사람들 중 극 소수에 해당하는-가족과 손군, 약간의 친구들에게 모자란 빚잔치를 하고, 10여만원의 교통비와 이러저러한 금액이 나가고 나니 통장의 잔고는 다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어쨌거나 돈 때문이기도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계속 일 하기를 희망하며 기다리고 있다. 여름이다. 덥다. 교육계통의 연구원에서, 내 나이 또래의 석사 마친 연구원들과 일을 하면서, 뭐랄까 이제 딱히 희망이라거나 계획이라거나 미래라거나 하는 것이 거의, 없어졌다는 걸 느꼈다. 집중에는 도움이 되더라. 하지만 이래선 난 아무 것도 될 수 없겠지. 바쁘면 잠시 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벗어 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이런 건 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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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빴다 201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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