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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꽃 지네 꽃이 지네 2010/05/09

사고2

from 백수의일상부유 2010/05/30 22:20
동생이 쓰던 목발을 짚고 겨우 움직여 차를 보고 왔는데 안되겠다 싶었다. 아무것도 변명 할 수 없이, 내 잘못인데 왜인지 억울하고 나에게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금전적인 손실도, 남의 차를 갖다 부수어버린것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도, 내 몸이 아픈 것도, 사고 낸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나 뭔가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나, 그리고 뭐 내 차는 아니지만 일년 가까이 갖고 있으면서 나름대로 정 주었던 첫 차를 폐차시키는 것도, 전부 화 나고 의기소침하고. 휴.
2010/05/30 22:20 2010/05/30 22:20

사고

from 백수의일상부유 2010/05/29 21:29
지난 주 일이 있어서 손군에게 마티즈를 잠깐 대여. 금요일 밤 건전지를 사러 편의점에 가다가 동네 산길에서 혼자 전봇대에 차 들이박고 소리에 놀라 나온 동네 사람들에 의해 구조되어 119에 실려감. 여기저기 타박상과 찰과상, 무릎 인대에 약간 문제, 그리고 약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복부 충격에 따른 경미한 출혈 외에는 비교적 건강. 차는 내팽개친 채 병원에 실려갔더니 순찰중인 경찰에 의해 반파된 차가 발견되어 사고 접수 들어감. 월요일에 출두조사받아야 함. 음주가능성 등을 의심하다가 병원에 실려간 등이 확인된 점, 목격자가 많은 점, 병원에서 혈액과 소변검사를 받은 점, 무엇보다 피해자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별일 없이 넘어갈 듯. 경찰이 견인처리한 차를 아직 보러 가지 못했는데, 렉카 운전사의 말에 의하면 엔진은 물론 대시보드까지 영향이 있어서 폐차해야한다고. 아아 손군 나를 살려줘.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만 천원 내고 일주일간 자동차 보험에 들어 둔 것. 한가지 슬픈 것은 정작 차를 대여한 일은 보지도 못했다는 것. 하나 더 보다 사소한 슬픈 점이라면 사고 당일 낮에 1670원대 주유소를 발견하고 좋다 싶어서 기름을 오만원 어치나 가득 넣었다는 것. 사고 당시의 기억이 전혀 없음. 오른쪽 뒷바퀴가 밀리는 느낌과 이후 잠깐의 암전. 그리고 복부 타격으로 인한 죽을것 같은 괴로움, 정신 없음, 주변 사람들의 웅성거림, 119의 질문 공세 등 외에 기억이 나지 않음. 이것이 바로 트라우마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 망각 기제인가 하는 생각이 듬. 인근 병원 응급실 문이 열리며 응급 구조반이 TA, 드라이버, 의식 양호를 외치던 생경한 느낌. 으아아악. 불쌍한 우리의 마티즈는 어떻게 된단 말인가. 내가 싫다 으악으악 정말 싫다 돈벌어야겠다 제기라아알알알. 이로서 나의 무사고 운전 3년 경력이 날아갔다. 흑.
2010/05/29 21:29 2010/05/29 21:29
내가 다녔던 중, 고등학교가 벚꽃으로 둘러싸인 곳이었어. 그래서 나에게 벚꽃은, 햇살에 하얗게, 자체발광하는 것 같은 그 꽃무리들을, 비염과 결막염으로 반쯤 눈물이 고인 눈으로, 눈이 부셔서 찡그린 채, 침침하게, 그래서 더 하얗게, 바라보는 것이었지. 우연이라기 보다는, 벚나무가 가로수로 흔한 것이어서 그렇겠지만, 대학에도 벚나무가 많았어. 봄이 되면 학교 진입로가 환해지곤 했지. 나중엔 학교에서 색색 조명을 설치 해 놓고 야경을 연출하곤 했는데, 그 사람들은 뭘 모른다고 생각했지. 꽃이 만개 했을 때, 달빛 만으로도, 얼마나 환해지는지, 아마 그 사람들은 느껴 본 적이 없을거야.
난 결막염이 더 심해졌고, 각막에 상처도 많아져서 낮이면 늘 눈이 부셔서 눈을 찡그리고 다녀야 했지만, 계절성이던 것이 통년성으로 바뀌면서, 특별히 꽃을 더 찡그려 볼 필요는 없게 되었어. 아, 잘 되었다는 건 아니야. 그때 즈음 부터인가, 나는 목련을 더 좋아하게 되었어. 목련은 참 불쌍한 생물이지. 겨우 내 준비해서 봄 꽃을 피우면, 며칠 지나지 않아 봄 추위와 비바람에 찢겨버리고 말아. 그 상처난, 커다란 낱장의 잎들은 지저분하지. 하지만 단아하다, 는 단어를 처음으로 떠올리게 된 대상이었달까. 이런게 나이드는걸까,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시작이었던걸지도 몰라. 이 긴 침잠의. 괜한 목련에게 궂은소리 하는걸려나.
몇년 전 봄, 난 졸업을 했었고, 버스를 타고 내가 다녔던 대학 앞을 지날 일이 있었어. 난 계절의 변화 따윈 아무래도 좋은,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다시 돌든 말든 언제나 하루가 같은 백수였었지. 지금도 그렇지만. 학교 앞을 지나는데, 아, 갑자기, 환한거야. 버스에서 벚꽃 무리를 보는데 화가 나더라고. 아니, 나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봄이 오다니. 정말 외롭더라고. 난 아직 여기있는데, 세월은 이렇게 가버리다니. 그리고 그런 내가 정말 싫어지더라고. 상처 따윈 전혀 모른다는 듯이 해맑은 벚꽃이 싫어진 내가, 싫더라고.
올해 봄은, 참 늦기도 늦고, 짧기도 짧았다. 늦어서인지, 꽃은 순서없이, 팝콘처럼, 여기저기서, 툭 툭. 나는 별로 아무런 느낌이 없었어. 봄이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기 보단, 꽃이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기 보단, 그냥 모든게 다 별 느낌이 없었지.
밤늦게 돌아오던 길에, 가로등에 환한 목련을 보고서야, 알았던 것 같아. 봄, 이제 다 끝난건가.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 거였는데. 한번 더 쳐다 봐 주기라도 할걸.
오늘도 여전히 난 창밖을, 흘려 볼 뿐이지만 말이지.
2010/05/09 20:17 2010/05/09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