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지 않으면, 상대가 누구든 전화를 받지 않는, 그러니까 그냥 아무말도 하고싶지 않은 안좋은 습관이 있는데, 이런 전화들은 그런 습관을 더욱 심하게 만든다. 아무튼 최근에 받았던 전화 중.
"뾰로롱고객님 돈많이벌자(가명)상품 가입하시라고 전화드렸는데요 이것이 돈많이 주는 혜택이 있고 또 무슨 혜택이 있고 또 뭐가 있고...."
아 제가 지금 벌이가 없어서요. 돈이 없네요.
"이게 한달에 5만원만 투자하시면 뿅뿅년뒤 백만장자가 되거든요"
아 저도 그러면 좋겠는데 정말로 돈이 없어요.
"아니 어떻게 한달에 5만원이 없으세요?"
하하하
"제가 지금 뾰로롱님이 정말 동생같아서 하는 얘긴데 그렇게 사시면 안되요. 나가서 뭣도 하시고 뭣도하시고...."
(네, 네...)
# 두번째는 보험 가입. 나는 상해보험도 건강보험도, 최소 향후 3년간 들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전화가 오면 보통, 제가 지금 보험가입이 안되는 상태입니다, 라고 하면 포기하기 마련이다. 몇년 전 폐렴으로 입원했을 때, 응급실에 누워있는데 동양생명인가에서 전화가 와서 건강보험을 들라기에 "제가 지금 아파서 응급실에 있습니다" 했더니 당황하며 끊었던 일도 있고. 하지만 가끔 끈질긴 사람들이 있다.
"뾰로롱 고객님 끈질긴 보험입니다 저희 보험이 얼씨구만원까지 보장이 되고 금융상품처럼 어쩌고..."
제가 치료중인것이 있어서 보험 가입이 안되거든요.
"아 그럼 상해보험은 어떠신지요"
제가 상해보험도 들수 없는 내용이거든요. (양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보통 여기서 포기한다)
"아니 왜요?"
(제길 무슨상관이냔 말이다) 즐쳐드삼으로 치료 중입니다
"아 왜 그러신거죠? 그런데는 쿵짝쿵짝이 좋다던데...."
(제, 발, 좀!)
# 6월 말이었나? 학교 선배가 아는사람(나와도 안면이 있는)이 소개한 어느 작은 일자리를 소개 해 줬다. 그러니까 학교선배 A와 아는사람B와 일자리C가 있는건데. A선배의 제안을 받고 이틀 뒤, B씨와도 연락을 하고, A선배와도 이야기를 했는데 C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뭐 그런거야, 흔히 있는 일이니까 괜찮았다. 그냥 좀 아까웠을 뿐.
8월 초에 어딘가에서 전화가 왔다. 받았다.
"뾰로롱고객님이시죠?"
네.
"안녕하세요 여기는 C입니다. 저희가 부탁 드릴것이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아니 C에서 왜 날 고객님이라는 거지) 아 예.
"저희가 이번에 노동부의 청년인턴 T/O를 메꾸지 못해서 명의를 빌려 달라고 전화드렸습니다."
예? (설마)
"T/O를 맞추지 못하면 저희 T/O가 줄어들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월말까지 구하지 못해서요."
(미친거 아닐까?) 아 저 노동부의 직장체험 프로그램 한적이 있어서 아마 안될겁니다.
"아 지금 말씀을 못 알아들으시나 본데, 저희는 인턴이거든요."
(듣도 보도 못한 사람에게 명의를 빌려주라고? 게다가 내가 지금 구직잔데 구직자가 그걸 명의를 빌려주면 혹시라도 내가 필요할 땐 못쓰는거 아니냐. 생각이 있는거냐? 게다가 여태 전화 한번 없었으면서 이제와서 명의를 빌려달라니...)
아 저 4대보험 되는 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럴 리는 없지만....)
"아 네..."
보통은 뭐, 우물쭈물 아무런 의미없이 예에- 하다보면 '아 지금 전화받기 곤란하신가요?'라고 물어오고, 그러면, 지금 바쁩니다, 운전 중입니다, 가끔 정말 귀찮을땐, 아 저 자고 있었습니다. 따위의 대응을 하긴 한다. 하지만 가끔 이런 일이 있을때, 그냥 웃어 넘겨야 하는데, 그냥 잊어버려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으면, 무시 해 버려야 하는데, 가끔, 내가 너무 하찮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 그런 내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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