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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금 그저그런 이야기 (4) 2008/05/08
오늘 상암동에 면접보러 갔다. 먼곳이지만 사정이 급하니 어디라도 가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부르길래 넙죽넙죽 가줬다. 양복입은 세명의 아저씨가 나란히 앉아 나를 앞에두고 이것저것 질문을 하여 한참 땀을 흘리고 나니, 면접비라고 빳빳한 봉투안에든 만원을 주었다. -_-;; 이럴 돈 있으면 월급이나 더 주지. 월급은 90만원 주면서. 뭐 어쨌든 기름값은 나오겠군 하며 상암동을 나서려다가, 이 동네 주민이 지금 영국에 가있지, 란 생각이 들어 그 집에 내가 태어나서 이때까지 5개도 못 먹어본, 그리고 최근 3년간 한개도 못 먹어본, 저 멀리 바다건너 섬지역의 특산물 10개를 배달해 주는 선행을 베풀었다. 그리고선 그 동네를 나서는데 뭐 수색역이 어쩌고 하는 도로 표지판을 두리번 거리다 보니 앗차 하는사이 나는 서울특별시와 작별하고 경기도 고양시로 접어드는 도로위를 굴러가고 있었다. 차를 돌린답시고 나온곳은 연신내, 구파발, 불광동 뭐 이런 표지판들이 즐비한 동네였다. 난 사실 길찾기 능력이 그리 나쁜편은 아니지만, 이 동네는 한번도 와본적이 없었고, 뭐 남대문은 광화문의 남쪽에 있고, 우리집은 남쪽이니깐 남대문방향으로 가야지~ 하고 길을 찾아가려면 최소한의 그 주변지역에 대한 개념탑재가 되어있어야 하는데 나는 연신내가 구파발의 북쪽인지 서쪽인지도 모르는 무개념 캣초딩이었던 것이다. 두리번거리다가 신호바뀐줄도 모르고 지나가려다 급정거해서 횡단보도 한가운데 차를 세우고, 쪽팔려서 고개도 못들고 길을 빠져나오다가 연신내역을 지날 무렵, 갑자기 하늘이 깜깜해지더니 우르릉 번쩍번쩍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아- 평소에 내가 횡단보도에 차를 세워놓는 운전자들을 몹시 싫어하긴 했지만, 내가 그런 짓 한 번 했기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내리다니. 이런 자비심도 없는 인간(누가?-_-) 같으니라고 중얼중얼 하는 사이 갑자기 엄청난 소나기가 퍼부었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은 이리저리 뛰기 시작하고, 교복입은 아이들은 가방을 머리에 쓰고 몸을 피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문득 이 거리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작은 골목을 지나던, 10여년 전의 소나기 내리던 하교길을 떠올리며, 상념에 젖었다면 참으로 훈훈하면서도 조금 쓸쓸한 이야기가 되었겠지만. 실은 그때 나는 정말 비가 너무나도 갑자기, 너무나도 많이 내려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자 조금 겁에질렸다. 게다가 지금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여기가 어딘지도 잘 모르는 상황.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비가 지나가기를 좀 기다릴까 했지만. 길 가에 세워놓을곳도 마땅치 않았다. 사실 사는게 그렇지 뭐. 이 비를 좀 피해가고 싶지만, 지금 이 순간만 지나면 조금 수월해 진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지만 피할 수 없으니 고스란히 맞으며 지나가는 수 밖에. 그래서 나는 잔뜩 움츠러 든 채로, 전후좌우도 보이지 않은채로 빗물에 번져보이는 빨간 브레이크등만을 피하며 슬금슬금 기어갔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도시가 아닌 시골의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겨우 알아볼 수 있었던 도로 표지판은 "북한산성" 아아... 난 남한산성과 가까운 동네에 살고있는데 이런. -_- 잘은 모르겠지만 북쪽으로 가고있다는것만은 알수 있었다. 여하튼 이 길을 벗어나려면 앞으로 가는 수 밖에 없었고, 불법유턴이라도 하기엔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이 상황이 너무 무서워서 계속해서 가다보니, 수도는 내손으로 지킨다는 강한친구 육군 부대들이 즐비하기 시작했고, 고양시를 지나 양주시가 나왔다. 그리고 송추IC라는 곳이 나오길래 아 뭔가 교통방송에서 많이 들어 본 지명인것 같기도 하고, 어디론가 뭐 외곽순환도로라도 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냅다 그곳으로 들어갔다. 소나기는 더욱 심해졌다. 노고산 터널이라는 것이 나왔고, 노고단은 들어봤는데... 아 그건 지리산이던가-_- 하면서 터널을 지나자, 저 멀리 지나는 차에서 뿌려대는 물보라와 회색의 하늘 회색의 전방... 난 정말 무서워서 이를 악물고 앞뒷차의 불빛을 보며 그 간격만을 맞추며 엑셀을 밟다가, 문득 바라본 계기판이 110키로미터가 넘는것을 보고 완전 질겁해서 속도를 줄였다. 이를 오래 악물었더니 턱이 아파왔다. 아아 나의 턱관절이여. 충치치료로 이제 스플린트도 맞지 않는데. 비가 너무 많이와서 개구장애가 생겼어요... 라고 하면 도대체 누가 믿어줄 것인가. -_- 하여간 그런데 이놈의 도로에서 자꾸 돈을 내라고 하길래 일단 그 곳을 빠져나와 보니 여기는 일산. 다행히 비는 거의 그쳐있었다. 큰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을때 한 번 와봤던 일산. 오리역에서 대화역까지 50정거장. 그 한번 이후로 큰아버지를 뵌 적도, 일산에 간 적도 없었다. 일산의 웅장한 국립암센터를 구경하고, 이래저래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김포에서 약 40분간 10키로미터의 속도로 전진, 정지를 반복하는 엄청난 지옥을 빠져나오고 나니 왼쪽 무릎이 뽑힐것 처럼 아프고, 배가 고프기 시작했고, 어느덧 퇴근길 정체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돈이고 뭐고 빨리 집에 갈래! 돈내는 곳은 빨리가는 거니까 돈을 받아먹는거겠지? 다시 외곽순환도로를 탔고, 한강을 건넜고, 약간의 정체구간을 지나 그럭저럭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꽃집에 들러 카네이션을 사왔다는.... 조금 그저 그런 이야기. 비가 엄청나게 퍼붓는 노고산에서 두려움에 덜덜떨며 나의 운전 경력 최고속도를 갱신했다는 조금 어이없는 이야기. 이를 너무 악물어서 턱이 뻐근하며 무릎이 덜그럭거리고 오늘 하루 5시간 넘게 운전을 하여 허리가 너무 아프다는 조금 바보같은 이야기. 면접비 만원을 받았지만 대략 만오천원정도의 기름을 썼고, 만원짜리 고속도로카드를 샀으며, 만원짜리 카네이션도 샀고, 삼만원짜리 섬지역 특산물도 샀다는 초큼 슬픈 이야기. 그리고... 오늘중으로 연락주겠다는 그곳에서는 다음날 오전 01시 01분을 지나는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는...... 킹왕짱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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