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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5 23:38 2008/12/25 23:38
베니스에서 폭우로 하루종일 잔 다음, 다음날 짐을 둘둘 싸매고 아직도 비가 개지 않은 베니스를 떠났다. 기차를 타고 로마로... 가려고 했다. 반팔 반바지 밖에 준비하지 않았던 나는 비내리고 추운 날씨에 덜덜 떨며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다가, 다가오는 기차를 보며 환호하며 기차에 올랐다. 아 추우니까 기차안에서 기다려야지. 그러나 티켓에 적힌 기차시간은 10분이 넘게 남았는데, 기차가 플랫폼에서 10분정도 정차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바로 떠나는 것이 아닌가. 음... 뭔가 이상한데. -_- 하지만 경험상 이쪽동네는 비행기도 사람 다 타면 일찍 출발하기도 하던걸. 대충 자리에 앉았는데 맞은편에 앉은 할머니가 손에든 표를 보더니, "$#^ticket%&*^*train*^&*^*#@&^&" 라고 하셨다. -_-;;; 할머니는 영어를 몇개의 단어밖에 할 줄 몰랐고, 나는 이탈리아어를 하나도 몰랐다. 어쨋든 뭔가 티켓이 어쩌고 하시기에 뭔가 문제가 있나, 하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SWITZERLAND%^%&" 스위칠란드!!! 스위칠란드!!! 스위칠란드!!!
벌떡 일어나 승무원을 찾아 헤매었다. "나 티켓이 이건데 기차 잘못탄거임?" 끄덕끄덕 "나 어케함? 다음역에 내리면 이 기차 탈수 있는거임?" 끄덕끄덕.
할머니에게 한 열번쯤 고맙다고 한 뒤 다음역에 내려서 제대로된 기차를 탔다.

로마 테르미니역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기위해 한바탕 길을 헤메고 나니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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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로마는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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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zza Republica 공화국 광장 내지는 민주광장 정도일까. 아무튼 여행을 다니면서 보니, republique, republic, republica 등의 이름을 가진 거리들이 도시마다 있곤 했다. 여행은 시작 부터 끝까지, 준비없이 되는대로 구경하기, 였으므로 몰랐는데, 지금 글을 올리면서 찾아보니 여기는 야경이 아름답다고 한다. 사진을 보니 정말 그렇더군. -_- 어쨋든 이때는 며칠만에 맑은 날씨를 봐서 조금 흥분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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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로마에서 지중해성 기후를 느끼게 되는것이구나, 바다가 없어서 아쉽구나, 따위의 생각을 하며 구경. 광장 바로 앞에는 산타마리아 델리 안젤리 성당. Basilica가 성당이다. 이 역시 이제서야 알게되었지만, 로마의 4대 성당중 하나라고... 허허-_-; 로마에는 뭐 바티칸을 비롯해서 걷다가 채이는 것이 성당이었다. 조금 과장해서, 서울의 교회만큼 많았다. 아, 조금 많이 과장해야 하나.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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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니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이상한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사실 이 사진이 조금 더 잘 나오길 바랐는데, 결과를 보니 조금 실망스럽다. 로마에는 도로위 가로등이 저렇게 줄에 매달려 있었는데, 그것이 또 나름 귀엽기도 해서 사진을 찍어봤지만 전반적으로 노광 실패. 노출이 제대로 된부분은 오른쪽 건물 2층의 유리창 정도인듯 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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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대충 번화가로 가볼까 하는 생각에 쇼핑센터 어디냐고 물어서 찾아간 곳. 알고보니 스페인 광장. 이상한 구름이 마구 몰려오다가 나중에는 하늘이 새까맣게 변하더니 결국에는 악마가 강림-_-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풍경을 연출했다. 하지만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날 저녁 결국 미친듯한 비를 만났다. 밤에 숙소로 돌아가니 옆 침대의 정리 안하고 쾌활한 호주 남자애(벗은옷을 비롯한 모든 짐을 바닥에 늘어놓는다-_-말그대로 발 디딜곳이 없었는데, 신발신고 다니는 바닥에 옷을 늘어놓고 또 그 옷을 입는걸 보면 서양애들은 정말로 우리와 위생관념이 다른건지, 아니면 그냥 더러운건지 모르겠다. 얘만 그랬던것도 아니고, 전반적으로 그랬는데, 이런 애들이 좀 많이 모인 방은 유스호스텔이라기 보다는 피난민 수용소 같았다.)가 오늘 어땠냐며, 날씨가 미친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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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는 카스텔 산 안젤로, 천사의 성에 갔지만! 일단 밥을 먹자는 생각에 음식점에 들어갔더니 곧이어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지나가는 여행객들이 모두 음식점 천막안으로 대피. 신부님옷을 입은 신부님(뭔가 말이 이상하군-_-)은 물에 빠졌다가 건진것 같은 형상을 해서 덜덜 떨고 있었다. 나도 덜덜 떨다가 비가 조금 잠잠해지자 잽싸게 숙소로 돌아오....려고 했지만 길을 잃어서 추운데 한참 헤메다가 겨우 버스를 타고 귀환. 참, 베네치아에서 부터 시작된 이탈리아 버스 무임승차는 로마에서도 계속되었다. 아무도 버스카드를 체크하는 사람이 없어서 나도 현지의 실정에 맞게 행동했다. -_- 로마의 버스에서는 어떤 점잖게 생긴 아저씨가 퇴근 시간의 혼잡함을 틈타 나의 엉덩이를 만졌다. -_- 이런 개색퀴! 한국말로 욕하며 좀 패줬어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치고 내가 도망쳐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화가난다. 패줬어야 하는데!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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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길가다가 본 표지판이 귀여워서. 그런데 초점이 맞지 않았다. 다음날은 또 날씨가 맑아서 약이 올랐다. 뭐 콜로세움, 판테온 신전 등등을 구경했는데, 그 외에도 많은 유적지를 지나쳤지만,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형태를 알아볼수 없는 옛 로마의 유적에는, 사람의 접근이 금지되어 있는 곳들이 있었고, 그 곳은 예외없이 고양이들이 차지하여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다. 유적지의 허물어진 돌무더기 위에서 낮잠을 자고, 털을 손질하고, 오르내리면서 노는, 고양이들의 천연...은 아니구나, 고양이들의 고고한 캣타워! 고양이들의 사진도 찍긴 했는데 그것은 동행인의 디지털 카메라에 있고, 그것은 또 먼곳에 두고온 관계로... 꽝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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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에서 만난 마차끄는 말. 머리를 쓰다듬자 갑자기 어디선가 콰아아아아아 수도꼭지라도 튼듯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말 오줌 소리였다. -_-;; 주변의 모든 관광객들이 웃어대었다. 말과 가까이 있었던 나에게는, 말의 오줌 일부가 튀었다. 제기랄. 로마 곳곳에 마차가 많아서, 말똥도 많다. 나는 다음날 말똥테러를 당했다. 제에에에기랄.

마지막 날은 바티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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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나는-_- 스위스 용병들이 있는 바티칸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라,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고 하길래, 한국인 단체 가이드를 신청했다. 아침에 약속장소로 갔더니.... 아무도 없었다. -_- 인터넷으로 확인하려고 봤더니 동내의 pc방들이 아침이라 다들 문을 열지 않았다. 짐을 뺀 유스호스텔에가서 접수하는 직원이 쓰는 컴퓨터를 제발 5분만 쓰게 해달라고 싹싹 빌어서 인터넷을 썼다. 윈도우의 카드놀이를 하고있던 직원은, 날아가는 듯이 타이핑을 하여 가이드 홈페이지를 뒤지는 것을 보고, 컴퓨터를 정말 잘한다며 놀라워했다. -_- 아무튼 이러저러 우여곡절 끝에 알고 봤더니, 1차 모임장소에 2차 모임시간에 도착했던 것. -_- 가이드하는 사람에게 연락 해서 부랴부랴 바티칸으로 가던 중,
물컹.
미끌.

여행중 설마설마 했던 길거리의 똥들을 밟고 말았다. 그것도 큼지막한 말똥으로. (뭐 똥만 보고 그게 말똥인지 개똥인지 알리 없으나, 개똥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거대했고, 그래도 인간이 길에다 똥을 누진 않았을거라 믿고싶으며, 소보다는 말들이 돌아다니는 동네인지라 말똥으로 추정.)

죽고싶고 발을 자르고 싶고 신발을 버리고 싶고 등등의 생각이 들었으며 여행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집에 가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마 슬리퍼를 신지 않은것이 다행이라 여기며, 유료 화장실에 들어가서 30분동안 휴지 등등을 이용해 신발을 최대한 닦고 황급히 바티칸으로 갔다.

바티칸 구경중 내내 나의 발이 신경쓰였고, 기분이 그야말로 똥밟은 기분이었다. -_-

계속 피곤해서 코피가 자주 나곤 했는데, 가이드 도중 코피가 줄줄흘러서 바티칸의 박물관에 피를 흘리며 사람들을 가로질러 화장실로 뛰어가는 등의 삽질을 거치며, 피에타를 비롯한 각종 조각들과, 천지창조와 같은 그림들을 구경했다. 가이드는 그림을 보는 법-르네상스 이전의 그림들은 그림에 나오는 인물(성인)들을 상징하는 물건이 정해져 있으며, 구도와 배치등이 정해져 있다-과 여러가지 시대적 상황을 이야기 해주었다. 당시에는 많은 것을 배운것 같았고, 그 다음날 다른 성당에 가서 그림을 보며 오~ 이것은 그양반이 말한 어쩌구 저쩌구 로군, 이라며 배운척을 해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_-;; 미켈란젤로가 그리다가 죽을 고생을 하고 결국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천장화, 천지창조는 보기만 해도 힘들었다. 과연, 몸이 만신창이가 될 만 했다.

사진은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성 베드로 성당과, 가이드의 말로는 세계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광장인데, 뭐 큰거야 큰거지만, 제일 아름다운지는 잘 모르겠더라. 이렇게 큰 성당들을 지으니, 종교개혁이 날만도 하지, 라고 생각했다.

바티칸에서 돌아와, 로마 테르미니 역에서 밤늦게 떠나는 기차를 타고 바리라는 도시로 향했다. 운행 시간은 무려 11시간. 아 이동네는 뭐 그리 땅이 넓은건지. 하지만 바리에서 배를타고 지중해를 건널 것이기 때문에, 기대에 넘쳐 있었다.

그 후의 일들은 아무것도 모른채...
2008/12/19 11:55 2008/12/19 11:55

근황

from 백수의일상부유 2008/12/10 14:05
실은 몇가지 쓰고싶은 얘기가 있었는데, 밀린 여행기부터 써야지 하고 미루다 보니 결국 여행기도 글도 쓰지 않게 되었다. 나의 일상이란 늘 그렇다.

며칠전에 한달에 한번 천식약을 받으러 병원에 갔다.

청진후 의사 왈,
"호흡소리도 아주 깨끗하고 좋네요. 관리 잘했어요. 요즘 날씨가 갑자기 많이 춥고 건조해서 악화되기 쉬운데..."
"아, 제가 요즘 집밖으로 안나가거든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군요-_- 집에선 가습기를 사용하세요."

가습기를 청소해야겠습니다.
히키코모리.
근황 보고 끝.
2008/12/10 14:05 2008/12/10 14:05